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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에너지

중동 진출 건설사 이중고 법 개정안

by 신끼루 2023. 10. 28.

중동-진출-건설사-법개정
중동 진출 건설사

사우디 청산 규정 없어서 골머리

- 2010년대 초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한 건설사는 10년째 현지 법인 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가 2018년이 돼서야 법인 청산을 위한 '파산법'을 재정한 데다 실제 사례가 없어서 행정절차가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청산 조건으로 법인 납세 증명서를 받아내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이 건설사는 청산을 위한 다음 절차를 밟는 데 최소 수년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라며, 현지 법률 자문사들도 실제 청산에 이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양국 정부 사이에 끼어 세금만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요 건설사들은 중동으로 진출했다. 해양 플랜트를 중심으로, 각종 인프라 사업이 사우디 등에서 발주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업은 현지 법인이 있어야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지사보다는 법인 설립을 선택했다. 

 

사우디 상법상 증자 등의 절차가 복잡해서 자본금 납입 대신 자금 대여 형식으로 법인 규모를 키웠다. 현지 법인과 자금 대여 계약만 체결하면, 신속하게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점도 건설사들이 자금대여를 늘린 이유였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신규 수주는 뚝 끊겼다. 

 

2014년부터 8년간 사우디 정부의 재정수지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발주 여력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2010년 470억 달러에 이르던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규모도 2019년에는 50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 회사의 현지법인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사우디 세무당국의 관행은, 경영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 사우디 정부는 외국 기업이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고 간주한다. 상당한 수익을 부당한 방법으로 빼돌리고 있다고 판단해서 손실을 보고 있는 법인에 무거운 법인세를 부과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신규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

 

 

-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은 이들 법인과 관련해서 한국 정부에 추가 법인세를 내고 있다. 현행 한국 법인세제는 자회사가 법적으로 파산하지 않으면 모회사가 관련 손실의 손금산입(비용처리)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손금산입을 하면 해당 비용만큼 법인세 과세 표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 법인의 파산이 불가능한 중동 진출 건설사들은 관련 법규를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사업 확장을 위해 선택한 현지 법인에 대한 자금 대여가 세금 부담 증가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2010년대 초 현지 법인에 수천억 원을 대여한 한 대형 건설사는, 대여금의 이자수익 명목으로 2022년 100억 이상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같은 해 이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 초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 해 벌어들인 돈의 10% 가까이를 수익도 내지 못한 중동사업과 관련한 세금으로 낸 것이다. 건설사들은 적극적인 해외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법률 인프라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미국과 유럽 주요 선진국들은 대여금 및 이자채권을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간주한 경우, 해외 법인 손금산입을 위한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있다. 손실을 대손금(회수할 수 없는 채권)과 대손충당금(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쓰기 위해 미리 쌓아두는 자금) 등으로 인정해서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네옴시티 건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해외 건설 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은 사업 진출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 같은 소극적인 사업 진출이 해외 신규 수주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관련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비용처리 한도 늘려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의 

-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진출한 건설사들의 손실이 누적되면서 정부와 국회는 뒤늦게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섰다. 정부가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야당도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 말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현지 법인에 낸 대여금에 대해 대손충당금 손금산입 한도를 늘려주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만큼 세무상 세전 이익이 줄어들어, 법인세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현행법은 채권 잔액을 기준으로 최대 1% 정도만 대손충당금에 산입 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과 발의 내용 

- 개정안에 따르면, 대손충당금 손금산입 비율은 내년부터 매년 10%포인트 씩 상향돼서 2034년 100%에 이르게 된다. 2022년 이전에 지급한 대여금 가운데 회수가 어려운 경우에만 특례를 적용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 대여금을 돌려받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을 때는 대손금으로 볼 수 없어서

 

'해외 법인 대여금을 모두 손금산입하게 해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한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10년 이상 자본잠식 상태인 해외 현지 법인의 대손금 인정 한도를 100%로 늘린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한을 2026년으로 정하고, 외부 감사인의 재무제표 감사를 의무화해서 해당 규정이 남용될 여지를 줄였다. 

 

관련 법안들은 정부 법안과 함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병합 심의되는 만큼, 이 과정에서 대손충당금 인정 한도가 정부안보다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기존 세법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부과해 왔지만, 정부가 법 개정안을 낸 만큼, 제도 변화에 맞춘 과세를 국세청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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