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직장 내 괴롭힘 법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2019년 7월 도입됐다. 하지만 '괴롭힘 행위'에 대한 정의가 애매한 탓에 직장 내 분쟁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소송 끝에 처분이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직 대법원 판례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제도 도입 5년간의 시행착오를 돌아보고 보완책을 마련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회사 징계 불복 소송 많아져
- 법원에 따르면 2019년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된 소송이 5년간 189건에 달했다. 대부분 민사 사건(177건)으로, 괴롭힘 가해자가 징계/해고 처분에 불복해서 회사나 관계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근로기준법은 괴롭힘 행위의 개념을 포괄적 정의하고 있으나
하급심에서는 가해자의 의도와 동기, 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 당사자들의 평소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괴롭힘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 물류회사에서 상하차 업무를 담당하는 박팀장은 노조 활동에 집중하는 한 팀원에게 "그런 활동을 하려면 모범이 돼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분리 조치로 근무 구역과 시간대가 달라지면서 금전적 불이익도 받게 됐다.
그래서 박씨는 부당경고 구제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한 끝에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불성실한 업무로 동료들의 불만이 많았던 직원에게 주의를 준 것. 분리 조치는 동기, 목적, 그로 인해 근로자가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 업무상 필요성 및 합리성 등을 검토해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내린 '영구 재택근무'는 정당하다는 판결도 주목 받았다. 한 회사의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김 모 씨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해고됐다가 소송으로 복직에 성공했다. 그러나 회사는 영구적 재택근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회사 출입 금지가 장기화하자 김 씨는 "출입 금지 조치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 중앙지법은 "불가피한 분리 조치"라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 이 밖에도 법원은 업무에 필요한 비품을 제공하지 않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기혼 남성인 본부장이 미혼인 부하 직원에게 고백하고 거절당하자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하급심은 쌓이지만 여전히 현장은 '혼란'
-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회사가 배상금을 물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보통 수백만 원~1000만 원대 위자료가 인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 발병 시 진료비까지 배상 항목으로 인정하는 판례가 나왔다.
대학병원 치위생사 최 모 씨 등 2명은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나온 의사의 폭언을 신고했지만, 병원은 신고 후 2년 6개월 만에 감봉 1개월 처분만 내렸다. 이어진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병원이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1인당 1500만 원을 공동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하급심 판례가 쌓이면서 모호했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조금씩 정비가 되고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어서 더욱 명확한 법 해석과 적용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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