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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

노후 파산과 늘어나는 상속 포기

by 신끼루 2022. 8. 29.

 

노후-파산-상속-포기
노후 파산과 늘어나는 상속포기

부모 노후를 위협하는 자녀 리스크

-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성인 자녀(캥거루 족)가 늘고 고령화되고 있다. 한국 보건사회 연구원 6월 보고서를 보면, 만 19~49세 성인 남녀 중 29.9%가 부모와 동거 중이다. 미혼 자녀의 64.1%, 미취업 자녀의 43.6%가 캥거루였고, 40대라 해도 미혼자는 48.8%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 캥거루족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고도경제성장에 편승해서 사회적 입지를 굳히고 자산을 축적한 반면에, 그 자녀들은 산업이 성숙화 하면서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 사회에 진출했다. 고용과 자산 축적에서 애초에 불리한 조건인 것이다. 그래서 MZ세대(1980~2000년대생)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다.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일본은 부모에게 기생하는 독신이라는 뜻의 '파라사이트 싱글', 미국은 '키덜트(Kid+Adult)', 캐나다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부메랑 키즈', 영국에서는 부모 퇴직금을 축낸다는 의미의 '키퍼스', 여기에 결혼해서 독립했다가, 주거비와 육아 등의 이유로 돌아온 '리터로(return+kangaroo)' 족까지 있다. 

 

한국은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이 문제 

- 자라면서 많은 교육비를 낸것도 모자라, 자녀가 결혼하면 집 팔고 대출받아 지원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더 심각한 것은 결혼 후에도 사업자금이나 생활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손을 벌리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노후 계획을 탄탄하게 세워도 무용지물이 된다. 

 

- 자녀들 등쌀에 부모의 노후 계획이 흔들리는 이야기들은 쉽게 볼 수 있다. '유전 유효 무전 무효' 라거나 '미리 재산을 안 주면 시달려서 죽고, 찔끔찔끔 주면 졸려서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는 웃픈 이야기도 나돈다. 노후 자산을 너무 쉽게 내어주다가는 자칫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자녀 리스크를 피하려면?

1. 경제적 자립심과 금융 교육

- 자녀에게 경제적 자립심을 갖게 해 주고 금융(재테크) 교육을 하는 것이 명문대 졸업장보다 훨씬 중요하다. 자녀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부모 스스로도 자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여건에 맞는 소비 조절 능력과 '절약'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2. 목돈은 현금 흐름으로

- 노인의 재산을 노리는 세력은 도처에 있다. 목돈 그 자체가 폭탄 같은 위험물이 될 수 있다. 목돈을 연금이나 배당수익이 나오는 형태로 묶어 놓으면, 자녀이든 사기꾼이든 손댈 수가 없고, 노인은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 

3. 노후 계획을 정확히 자녀에게 설명

- 부모의 자산 상태와 노후 계획에 대해 자녀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부모의 노후도 소중하다는 것을 얘기해야 한다. 부모 재산 소유권은 부모에게 있다는 점도 명확하게 해둬야 한다.

자녀의 간병

- 2020년생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지만, 건강수명(유병기간 제외)은 66.3세에 불과하다. 인생 막바지 17.2년을 아픈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5060 세대는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동시에, 부모 봉양 부담도 짊어진 세대다. 부모 세대가 80세를 넘어서면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보살핌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 자신의 노후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간병 부담까지 지게 되는 것이다. 독박 간병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특히 노인의 정신적 퇴행을 가져오는 치매는 자녀의 심신을 갉아먹는 재앙에 가깝다. 

 

일본이 먼저 겪은 간병 파산

- 고령자 간병 문제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은 노후의 가장 큰 리스크로 '간병 파산'을 들고 있다. 돈 문제뿐 아니라 간병 탓에 직장을 포기하거나 이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간병 퇴직'이 신조어가 됐을 정도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 간병, 병자가 병자를 간병하다가 힘에 부쳐서 하게 되는 간병살인이나 동반자살이 자주 벌어졌다. 

 

- 2016년 집계에 따르면, 과거 18년간 일본 언론에 한 줄이라도 보도된 간병살인과 동반자살은 716건에 이른다.

한국도 내 간병 자식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 노인 간병은 길게는 10년 넘게 이어질 수 있다. 간병 때문에 직장이나  결혼 등 자신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독박 간병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기 쉽다. 데이케어센터, 방문요양, 요양병원, 요양원, 간병인 등 동원 가능한 사회적 지원을 모두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다른 가족의 관심과 도움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 현재의 5060 세대는 형제가 대부분 여럿이라서 부담을 나눌 수 있었지만, 자녀세대는 1,2명에 불과하다. 자녀가 결혼을 해도 각자 자기 부모의 간병조차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5060세대는 자녀에게 간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의 5060 세대가 본격적으로 돌봄을 필요하기 전에 간병의 사회적 지원 방식과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점점 늘어가는  상속 포기

- 물려받을게 빚밖에 없어서 상속을 포기하는 제도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장기 불황'의 또 다른 시그널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 서울 가정법원에 따르면 2021년도 상속포기 신청은 4106건으로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다. 상속포기 신청은 2015년 약 3600건을 기록한 이후 2017년 3249건으로 떨어졌다가, 2018년 3793건으로 한 해 만에 약 16.7% 급증했다. 이후 2019~2020년에는 3700 건대를 유지하다가 작년 갑자기 4000건을 넘어서면서 폭증했다. 일부 채무만 상속받는 '한정 승인' 신청도 3803건을 기록했다.  작년보다 49건 늘어난 수치다.

 

한정승인 / 상속포기 

- 상속을 받을 때는  재산/채권(적극재산) 뿐만 아니라 채무(소극 재산)도 물려받게 된다. 이때 소극 재산이 적극 재산보다 많아서 상속권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상속포기다. 한정 승인은 상속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빚을 변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려받을 재산이 3억, 빚이 10억이라면 재산으로 3억을 변제하고, 나머지 채무는 상속을 포기하는 식이다. 

저소득층 위기 시그널

-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의 단면이라고 말한다. 한 상속 전문 변호사는 "상속포기는 말 그대로 물려받을 게 빚뿐인 저소득층에서 대부분 나오고 있다. 경기가 내리막길을 타면서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는 방증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나타난 일로 봐야 한다. 

 

상속 포기는 소멸이 아닌 후순위에게 넘기는 것

- 한 예로, A 씨는 이모의 사망 이후 빚을 상속받게 됐다. 이모의 자녀들이 상속 포기 이후 연락을 주지 않아서 빚이 사촌인 A 씨에게 상속된 것이다.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에게 빚이 상속되고, 멀리는 4촌 이내 친척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계인 모두가 상속포기를 해야 '빚의 대물림'이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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