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로 청년, 빈곤한 노년에 초점이 맞춰진 사이에 방치되고 있는 한국 '중년'의 빈곤과 고립 문제.
저출산/고령화에 감춰진 중년 문제
- 인구변화는 낮은 출산 vs 고령화의 트렌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수면 위의 확인되고 있는 실체다. 그 이면에 있는 빙산 밑은, 보여주지 못한다. 대표적인 게 중년 이슈다. 인구변화는 연령 연결로 안성 되는데, 저출산/고령화만 부각이 되면, 그 한가운데에 있는 중년 그룹은 제외되거나 소외된다.
- 양육과 봉양을 떠받칠 현역 인구로 일원화돼서, 정책대상이 아닌 사회지지의 활동주체로 이해된다. 역할 이외에는 투명인간처럼 취급된다. 이제는 인구변화에 가려진 또 다른 사회이슈인 중년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청년의 만혼/비혼화가 낳은 신중년 트렌드
- 높아진 결혼 허들은 심각한 출산 감소와 인과성을 갖는다. 결혼을 해야 출산하는 사회라는 의미다. 낮은 혼외출산율(2.3%)은 '결혼 -> 출산'의 강한 전후관계를 의미한다. 법적 혼이 느슨한 스웨덴(55%), 영국(48%)과는 차이가 있다. 문제는 결혼 장벽을 자력으로 해결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 취업도 어렵고, 전세 혹은 자가를 불문하고 집은 MZ세대의 관심사에서 벗어났다. 근로소득/주거확보의 문제가 초저출산을 심화시켰다. 서울만 봐도, 작년 아파트값 최정점(중윗값 10억 8,000만 원)과 출산율 최저점(0.63명)은 정확히 역비례한다. 따라서 만혼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 결혼적령기라도, 준비 부족으로 나중을 기약하면서 연기하는 경우도 많다. 또 미뤄지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홀로 사는 비혼이 많아지고 있다. '교육 -> 취업 -> 결혼 -> 출산'의 선배 모델을 의심/거부하기 시작한 X세대의 출현 이래로, MZ세대는 아예 결혼/출산을 양자택일의 선택지로 받아들인다.
- 싱글 중년은 곧 고립 노년을 뜻하기 때문에, 사회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싱글 중년의 대거 등장이 문제만은 아니다. 신트랜드란 점에서 욕구 부응형 시장 기회도 동반된다.
일본 문제로 본 한국 중년의 불행
- 중년은 주력집단/사회허리지만, 청년/노년 이슈에는 밀리고, 가려져서 섬처럼 존재한다. 샌드위치처럼 앞뒤를 챙기는, 책임과 부양만 강조된다. 물밑에 잠겨서 곪아가는 중년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박탈감과 소외감을 덜도록, 불행 해소를 위한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
- 비혼 자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출현 배경 중 일부는 시대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비자발적인 생애 미혼이면, 사회문제로 비화될 여지가 충분하다. '8050문제'로 부르는 일본 중년의 폐쇄 은둔 화가 대표적이다. '히키코모리의 중년화'다. 무직 빈곤 자택 고립의 중년 자녀(±50세)와 연금소득/유병 생활의 노년 부모(±80세)라는 조합을 나이대로 묶어 8050문제라고 한다
- 80대 유병부모가 50대 은둔 자녀를 먹여 살리는 현상이다. 생활고 후 동반자살과 두 세대 동시 고독사는 물론이고, 부모 사망 뒤 중년 자녀가 굶어 죽거나, 부모 연금을 받고자 사망마저 숨기는 부정수급도 해당한다. 서로를 지탱하다가 비극 스토리로 막을 내리는 경우다.
- 2015~20년 일본의 고독사 사례를 보면, 52%가 65세 미만의 중년 인구다. 상당수가 중년의 폐쇄 은둔족이라는 의미다. 8050문제의 핵심은, 중년 자녀에 맞춰진다. 평범한 인생경로에서 벗어난 빈곤/고립의 중년 그룹의 폐쇄 은둔 화가 부모 사망 후 불거진 결과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난 연속 불행으로, 근원은 중년 자녀의 청년시절을 보면 알 수 있다.
- 청년기 은둔경험으로 가족 분화/사회 데뷔 없이 20~30년을 보낸 게 중년의 폐쇄 은둔족을 양산한다. 2030대 무직화 된 니트족이 나이를 먹고, 중년화된 셈이다. 1990년대 사회문제였지만, 한때의 현상 혹은 일부 문제로 방치된 게 중년의 은둔 폐쇄족을 낳았다. 이대로 가면 9060문제로 확산되기 직전이다. 예외적인 문제로 보기에는 숫자도 많다.
- 2019년 실태조사에서 폐쇄 은둔족은 115만 명으로 추산됐는데, 그중 40~64세가 61만 명이다. 청년/노년 합계보다 많다. '폐쇄 은둔족 = 중년 인구'의 등식이 성립한다. 그나마 부모생전에는 연금 돈줄로 버티지만, 안전망이 끊기면 빈곤/고립/질병의 트릴레마에 빠진다.
중년 고립 완화할 대응 마련과 인식의 전환
- 한국도 이렇게 되는건 금방이다. 장기화된 저출산은 곧 청년문제를 넘어 중년 이슈로 확대된다. 낯선 사회현상을 이끌던 청년 트렌드가 중년화되면서, 영향력은 넓어지고, 강도는 세진다. 표준 경로를 벗어난 평생 비혼/은둔 고립의 중년은, 생각보다 많다. 또 중년의 폐쇄 은둔족은, 개인 불행을 넘어 사회갈등으로 비화된다. 일본과 같은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
- 한국은 '자녀지원 > 노후대비'구조라서, 더 갈등 증폭이 우려된다. 부모의 말년까지 중년 자녀의 뒷바라지로, 살얼음판인 경우도 적지 않다. 집값 급등 이후 부모의 최대 숙제는, 자녀의 내 집 마련이란 웃픈 말까지 들린다. 갈수록 자녀 독립이 미완성/불충분해지는 시대변화를 볼 때 끝없는 부모지원은 핫이슈일 가능성이 크다.
- 독립된 은퇴생활은 상상에 그친다. 불가역적인 자녀 독립이 아닌 한, 금전 마련/신체건강은 무의미하다. 추세가 된 만혼/비혼화와 연장선상에서의 싱글 중년은 결코 가벼운 현상일 수 없다. 지금도 독립 미완의 자녀 의존을 뜻하는 한국판 '기생 싱글'은 급증세다. 캥거루족의 일반화다.
- 아직은 청년자녀에 한정되지만, 일본처럼 중년화되면 상호의존은 동반붕괴로 치닫게 된다. 물론 싱글 중년은 자연스럽다. 결혼 거부가 비난/지탄받지 않듯이, 나 홀로의 생활스타일은 존중/응원받을 선택이다. 단, 불행 연장의 장기화된 폐쇄 은둔족은 줄이는 게 좋다.
- 표준경로를 걸어온 중년조차도, 실업 위기/고립 함정이 위협적이라, 특히 취약한 폐쇄 은둔화는 경계대상이다. 임금피크제마저 위헌으로 판결 나 잠재적 정년연장의 중년 고용을 유지할 기업은 별로 없다. ±50세면 퇴장하는 중년 실업은 오히려 확대될 확률이 높다.
- 재취업/창업마저 쉽지 않은 중년 실업은, 이들을 집 안에 함몰시킬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 실업 직면 -> 좌절 반복 -> 폐쇄 은둔'의 염려다. 짐은 가족에게 전가되고, 그대로 난민화 된다. 일본은 이것을 '가족 난민'으로 부른다. 가족지원이 끊기면, 난민처럼 살아간다는 얘기다. 고령부모는 양육 졸업은커녕, 티도 못 내는 평생 보호의 운명에 좌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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