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브랜드 속 가성비 제품이 사라진다
-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에 가성비 좋은 모델을 단종하고, 럭셔리 모델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현재 7개 엔트리(가성비) 모델 중 3개는 아예 단종한다"며, "이익률을 올리기 위한 전략 수정"이라고 했다. 벤츠는 구체적인 모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A클래스/GLA/CLA 단종이 유력하다.
- 벤츠의 로고를 달고 있지만, 가격은 4000만~5000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제품이다. 벤츠는 마이바흐/S클래스 등 럭셔리를 표방한 제품과 비싼 전기차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폴크스바겐은 현재 100개 (산하 브랜드 포함)에 달하는 내연기관 모델 60%를 8년 안에 단종하고, 아우디/포르셰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한다.
- 미국 GM도 경차 쉐보레 스파크의 북미 판매를 8월 종료하고, 소형 SUV 트랙스는 11월부터 생산을 중단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TV와 노트북 등 가전부터 주얼리와 같은 럭셔리 명품 시장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를 누릴 수 있는 제품이 단종되거나,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에 가전도 가성비 제품 사라진다
- 공급망 문제로,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원자재/부품 투입 대비 이익률이 높은 프리미엄/럭셔리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다. TV 시장에서는 초고화질(8K/4K) 고가 제품 모델이 늘고, 중저가 고화질 모델(UHD) 보기가 어려워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네오 QLED 8K/4K 제품 모델을 15개에서 21개로 늘렸다.
- LG 전자도 고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에 거실이 아닌, 안방에 두거나 게임용으로 쓰는 42인치 모델을 추가했다. OLED 42인치 가격은, 179만 원으로 보급형 UHD 화질 제품(70만 원대)의 2배가 넘는다. 가전업계는, 가성비 높은 TV 제품 출하와 입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 유통과 판매를 위한 마케팅도 고가 TV에 집중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저가 제품을 접할 기회도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마진이 적은 보급형 제품을 2대 파는것보다는, 비싼 패널을 탑재해, 프리미엄 제품 1대 파는 것이 이득"이라고 했다.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국내 제조사들은 200만 원 넘는 게임용 노트북 출시와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100만 원 내외 제품은 보기가 힘들어졌다.
명품 가격 오르고, 중저가 브랜드 철수
- 명품/패션 업계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 제품 중에서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입문용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제품은,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까르띠에 시계 탱크 머스트는, 327만 원에서 371만 원으로 올랐고, 티파니 T1반지는 11%(16만 원) 오른 163만 원이 됐다. 버버리/롤렉스도 올 초 주요 엔트리 품목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 반면에,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미쏘/로엠 등 가성비 여성복 브랜드 6개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각을 철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남성 브랜드 코모도 사업을 중단하고,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코로나로 돈이 많이 풀렸고, 활동 제약으로 소비재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 고가 제품을 한번 쓰면, 다시 중저가 제품으로 돌아오기 어려워서, 소비 양극화는 점점 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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